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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찾기, 에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펴냄

had0g 2023. 6. 1. 00:26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에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펴냄, 초판 2022년 3월 21일

 

「도파민네이션 Dopamine Nation」은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이자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렘키 Anna Lembke의 책으로, 저자는 정신질환에 관한 100여 편의 글과 논문을 쓴 의학자이자 수만건의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이며 미국정부의 중독 관련 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책은 의학자이자 의사, 중독정책 자문가로서의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중독 Addiction’을 시대적인 문제로 바라보며, 인간의 쾌락 감각에 밀접한 도파민 Dopamine 호르몬과 중독에 관한 현상을 신경과학과 뇌과학으로 설명 및 분석하고 이에대한 회복방법을 제시한다.

 

현대는 ‘중독성 물질(마약류, 향정신성 약품), 음식,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성인물, SNS,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면서 쾌감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탐닉의 시대이자 쾌락 과잉의 시대로 생각된다. 이는 컴퓨터 및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쾌락을 유발하는 디지털 콘텐츠가 쉽게 생산 및 소비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생각되는데, 이러한 시대에 누구나 한 번쯤 스마트폰 속 디지털 콘텐츠들을 밤 늦게까지 탐닉하다가 다음날 컨디션을 망친 경험을 해봤을거라 생각된다. 이렇듯 쾌락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충동, 갈망)이 감각적 탐닉으로 이어지고, 반복 및 심화되어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나아가 삶이 망가지는 질환을 말하는 중독에 대해, 저자는 이 시대의 질환적 징후로서 여러 사례들을 설명하며 ‘탐닉의 시대에서 살아가기’ 머리글 문구처럼 쾌락 탐닉이 쉽고 풍요로운 동시대에서 건강히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쾌락-고통’, ‘중독’ 이해의 필요성을 말한다.

 

그렇게 책은 시대적 징후로서 중독사례 및 통계자료와 함께 ‘쾌락-고통’을 뇌가 어떻게 인지하고 작동하는지 도파민을 통해 신경과학과 뇌과학 기반으로 설명하며(1부), 배경과 원리적 이해에서 나아가 삶의 균형을 찾기위한 방법으로 실제 중독에서 벗어나고 회복을 위해 노력한 환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방법들을 소개한다(2,3부). 이러한 책의 구성은 단순히 시대적 현상과 뇌과학적 이론을 설명한 글이 아닌 구체적인 중독환자의 경험과 임상사례, 실천방안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나와 다른 세상일이 아닌 생생히 느껴져 좋았는데, 또한 챕터 곳곳에 사회문화적·경제적 관점으로 중독현상을 분석한 지점들과 의사로서 회복과 정신적인 성숙을 이끌어내는 지점들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쓴 저자의 노력이 느껴져 좋았다.

 

 

 

위와같은 구성의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1부 쾌락과 고통의 이중주」에서는 강박적 과용 compulsive overconsumption의 사례로서 자위기계를 만드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성적중독에 빠져 가정과 커리어에 문제가 생긴 남성의 사례에서 시작해, 미국사회의 마약성 진통제들(오피오이드 opioid 류)의 중독률 및 사망률 증가와 더불어 흡연, 알코올 중독 등의 중독률 증가가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말하며, 이어 주의력결핍(ADHD) 증상의 처방으로 쉽게 사용되는 애더럴(각성제) 및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진정제 등 향정신성 약품 처방 문화에 대해 고통이 꼭 나쁜 것인지?, 고통을 즉각적으로 회피하고 보호하는 문화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행복강박과 고통회피 문화, 중독에 대한 사회문화·경제적 관점에 대해 말한다.

담배는 150%정도 좋고, 마약류는 상상이상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이러한 중독 현상과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쾌락과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며 작동하는지 신경과학과 뇌과학적 접근으로서 도파민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데, 뇌는 쾌락과 고통을 같은 기관에서 다루며 쾌락과 고통은 서로 평형을 맞추기 위해 반사적으로 작용한다는 ‘자기 조정 메커니즘 self-regulating mechanism’ 특성을 평형저울에 비유해 설명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키는 쾌락자극을 받은 후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고통이 이어지며, 쾌락자극이 반복적일 시 신경적응 및 내성이 있어 더 큰 쾌락자극이 필요하다 설명하고, 역설적으로 쾌락 자체를 쫓는 쾌락주의가 중독 및 쾌락불감증 anhedonia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한다. 

쾌락자극을 즐기면
균형의 수호자가
고통으로 균형을 맞춘다

 

이러한 뇌의 특성에서 강도높은 쾌락자극을 반복해 온 중독 환자들은 반작용으로 고통을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데, 이는 중독환자들의 쾌락-고통 저울의 평형 기준(항상성 기준)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고, 중독 환자들은 그저 평범한 기분(수평상태)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중독대상을 갈구하고 의존하게 된다 설명한다. 그렇게 망가진 중독 환자의 항상성 기준을 정상범위로 돌리기 위해서는 중독대상이 없는 충분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회복 시 ‘산책, 해돋이, 식사’ 등의 일상의 단순한 자극(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느낄 수 있으나, 중독은 상흔처럼 뇌 구조의 변경을 일으켜 파블로프의 개처럼 중독대상과 유사한 자극이 있을 시 다시 중독대상(강력한 자극)을 갈구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 우리 가출한다~ 왠만해서는 안돌아올거야.
산책, 해돋이, 식사 등의 일상의 자극에서 행복감을 느껴본지가..

 

이러한 뇌의 작용에 대해 저자는 설명을 위해 단순화했을 뿐이며, 실제로는 우울감이나 불안감, 만성통증 등 저울이 기울어진 상태로 시작하는 사례나 전쟁에서 다친 군인의 무통증 사례 등.. 더욱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쾌락-고통’의 기준이 모두 다를 수 있으며, 사람은 저마다 ‘중독 대상’을 가지고 있고 ‘궁극적인 추구자’라 말하는 저자는, 계통발생학적으로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인간이 ‘결핍의 환경’에서는 생존에 적합했으나 21세기 ‘풍요의 환경(과도한 도파민 환경)’에서는 열대우림에 던져진 선인장과 같으며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 말하는데, 그러한 ‘탐닉의 시대 - 강박적 과용 -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힌트를 중독과 싸워온 중독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다 말하며 2부, 3부에서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치료 프로세스)들을 설명한다.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하는 2부와 3부는 중독 치료에 관한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게 느껴졌는데, 2부는 중독 원인과 대상을 거리두거나 제거하는 방식의 기계적 접근으로 느껴졌으며, 3부는 원인과 대상 관련해 의식 구조를 바꾸는 유기체적 접근방식으로 생각되었다. 그러한 2부와 3부를 요약하자면, 「2부 중독과 구속의 딜레마」는 자기 자신과 중독을 이해하는 DOPAMINE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중독에서 거리를 두기 위한 자기 구속 self-binding 방법론(물리적, 순차적, 범주적)을 소개하며, 중독치료의 치료제로서 처방받는 약에 대해 소개하나 향정신성 약이 주는 효과의 이면이자 부작용으로서 감정 둔감화로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을 통제하는 수단은 아닌지에 대해 경고한다.

자기자신과 중독을 이해하는 DOPAMINE 프로세스

 

「3부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찾기」는 ‘고통 마주보기’로서 찬물 목욕의 효과(고통을 가하면 이후 쾌락이 생성됨), 러너스 하이, 간헐적 단식, 암벽등반, 운동을 예시로 인간이 고통에 간헐적으로 노출될수록 쾌락-고통의 항상성이 쾌락 쪽으로 옮겨짐을 설명하면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찾아내어 삶에 끌어들여야 함’을 역설한다. 이어 사회적이면서 의식적인 방법으로 ‘솔직함과 수치심’을 강조하는데, 나 자신의 결함(수치심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며 이를 인간관계에서 회피하거나 거짓을 꾸며내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는 태도가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진정한 솔직함이 만드는 관계 개선, 솔직함의 전염, 친사회적 수치심이 만드는 유대감, 애착 강화 등.. 근본적인 뇌의 구조도 바꾸면서 중독의 사이클(과용-수치심-거짓말-고립-과용..)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냉수마찰을 통해 몸에 고통을 가하면
항상성이 쾌락을 가르킨다한다..
실제로 운동하면 즐겁습니다....?(고통이후..)



그렇게 책은 맺음말로 고통에 대한 회피로서 쾌락 탐닉, 삶에 대한 도피가 아닌 정말로 본인의 삶에 집중할 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정말로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밍(운동이라는 고통)을 삶의 루틴에 끌어들여 4년이 지나고나서야 뇌 구조가 이전과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현재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직장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경제적 자립, 예정된 급여로서 만들어지는 삶의 안정이 형성된 이후에야 가능해진 것인데, 이러한 토대가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생산적인 욕구가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삶의 안정이 꾸려지기 이전, 취업 이전에는 불안하기 때문에 뭐라도 열심히 움직였지만 나은 미래를 상상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성과 없이 계속 소모되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자기 비하적 생각으로 스스로 구겨져 무기력해지고 그 우울함에 짓눌려 불가능했던 사고방식인데, 이때 다른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마약류의 진통제, 중독대상이 있었다면, 이러한 고통을 쉽게 접하고 삶을 망각할 수 있었다면, 너무나 쉽게 중독되어 내 삶을 더 망가트리고 있을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때 당시 더 망가지기 싫어서 병원에가 항우울증 약을 처방받아먹긴 했지만, 그나마 정신적으로 기댔던 것이 인문학이나 철학, 사회과학 서적에서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 같은 것이었기에(예술아님) 그나마 덜 망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고 말이다. 이 또한 중독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삶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도록 눈을 틔워주는 매트릭스 빨간약 같은 것?

 

위와같은 생각에서 책에서는 ‘쾌락-고통을 받아들이는 뇌의 작용’, ‘중독-회복의 방법론’을 다루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간간히 언급하는 사회문화·경제적인 분석으로 중독에 취약한 소외계층을 언급하는 것, 가난, 유색인종, 생산직과 고학력 임금노동자의 노동시간 차이, ‘든든한 가족, 질 높은 교육, 재정적 안정성, 건강’ 등 인생 모든 혜택을 누리지만 불안, 우울에 잠식된 사람들의 증가, 소셜미디어가 만드는 거짓자아, 캔슬컬처 등 중독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및 시대에 대해 거꾸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인용한 학자 및 철학자들 및 중독 환자의 경구들을 곱씹어보게 되고 말이다.

 

 

“심각한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외면하는 동시대의 예언자라 할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정말 어떤 사람들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_켄트 더닝턴

 

 “우리는 고통 받아야한다, 진실로부터 고통받아야 한다.”

_아이킬로스

 

“나를 해하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_니체

 

“회복은 <해리포터>에서 덤블도어가 가로등 기둥을 밝히면서 어두운 골목을 걸어내려 갈 때의 장면과 비슷해요.

그가 골목 끝에서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봐야 골목 전체에 불이 들어온 광경이 보이죠. 그가 지나온 길의 빛을요.”

_ 저자의 환자 마리아가 한 말